가명성
비트코인의 주소는 사람의 실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거래 전체가 숨겨지는 것도 아닙니다. 거래의 금액과 입출력 관계는 전체장부에 남고,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는 외부 정보가 더해지면 여러 거래를 같은 사람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질을 가명성이라고 합니다.
공개하는 정보와 분리하는 정보
기존 은행의 거래 기록은 보통 당사자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공유됩니다. 비트코인은 다른 참여자도 거래를 검증할 수 있도록 기록을 공개합니다. 따라서 거래 내용에 접근하는 사람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거래에 실명을 필수로 적지 않습니다. 공개키와 주소, 거래 기록을 통해 지출 조건과 가치의 이동을 확인하되, 실제 사람이 누구인지는 별도의 정보입니다. 백서 10절은 이런 신원 정보의 분리를 프라이버시의 출발점으로 설명합니다.
영상은 이를 웹사이트에서 본명 대신 별칭을 쓰는 모습에 비유합니다. 별칭만 보면 실제 사람을 바로 알 수 없지만 그 별칭으로 한 활동은 모아서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별칭의 주인이 밝혀지면 이전 활동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주소 하나가 알려지면 어디까지 연결될까요?
같은 주소를 계속 사용하면 해당 주소로 들어오고 나간 거래를 연결하기 쉽습니다. 누군가 공개 게시물에 자신의 수신 주소를 올리거나, 신원 정보를 가진 서비스가 입출금 주소를 알게 되면 장부 바깥의 정보와 장부 안의 기록이 만납니다.
여기서 곧바로 모든 주소와 모든 거래가 확정적으로 밝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외부 정보가 있는지, 거래 구조가 어떤지에 따라 추정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실명이 거래에 적혀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추적할 단서가 없다고 보아서도 안 됩니다.
영상은 거래소의 신원 확인을 예로 듭니다. 거래소가 가진 신원 정보와 입출금 기록이 연결되면, 주소만 공개됐을 때보다 소유자를 추정할 단서가 많아집니다.
새 주소는 연결을 줄이지만 기록을 지우지는 않습니다
거래마다 새로운 키 쌍을 쓰자는 백서의 제안은 여러 거래가 같은 소유자에게 속한다는 연결을 줄이려는 방법입니다. 같은 주소를 재사용하지 않으면 주소 하나만으로 활동을 모아 보는 일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한 거래에서 여러 입력을 함께 쓰면, 그 입력들이 같은 주체의 관리 아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일반적인 거래에서 유용한 단서일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구성한 거래처럼 이 추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래의 연결을 추정하는 일과 신원을 증명하는 일은 다릅니다.
잔돈을 새 주소로 받아도 이전 입력과 새 출력 사이의 거래 기록은 남습니다. 주소를 바꾸는 행동은 공개 기록을 삭제하거나 모든 자금 관계를 감추는 기능이 아닙니다. UTXO와 잔돈 주소를 함께 살펴보면 이 차이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두 가지 오해를 피합니다
비트코인이 모든 활동을 완벽하게 숨긴다는 생각과, 모든 거래가 곧바로 실명으로 드러난다는 생각은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거래와 신원 사이에 어떤 연결이 생기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영상이 강조하는 사용자 습관도 이 지점에 있습니다. 주소를 어디에 공개하는지, 같은 주소를 반복해서 쓰는지, 어떤 서비스에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프라이버시에 영향을 줍니다. 기술이 자동으로 완성해 주는 익명성으로 이해하기보다, 공개 기록과 외부 정보의 연결을 관리해야 하는 성질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